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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군은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음악을 들려주고 나누는 것이 콩쿠르 우승보다, 더 '대단한 업적'이라는 소신...

클래식 음악 관련 상식들...

by 수입타조 2022. 11. 29.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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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콩쿠르 우승보다 대단한 업적이란"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음악을 들려주고 나누는 것이 콩쿠르 우승보다, 더 '대단한 업적..

광주시향과 '황제' 협연 실황앨범 발매…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첫 앨범

"돈 이상의 가치 있는 일 하려 노력할 것"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 앨범 발매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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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음악가로서의 대단한 업적은 음악을 듣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직접 가서 연주하고 음악을 나누는 것이에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줄 수 있다는 건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지난 6월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이후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클래식 팬들 앞에 섰다.

28일 광주시립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을 발매한 임윤찬은 이날 서울 금호아트홀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제' 교향곡을 들으며 베토벤이 꿈꾼 유토피아와 그가 바라본 우주를 느꼈다"며 "이 곡을 꼭 광주시향과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앨범 발매 간담회 열기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지휘자 홍석원의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28

지난 10월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공연의 연주 실황을 녹음한 이번 앨범에는 임윤찬과 광주시향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광주시향이 연주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임윤찬이 앙코르로 연주한 몸포우의 '정원의 소녀들', 스크랴빈 '2개의 시곡' 중 1번, '음악 수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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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처음 내놓은 이번 앨범에서 베토벤 협주곡 5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베토벤 협주곡 중 '황제'는 너무 화려하게만 느껴져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최근 인류에게 코로나라는 큰 시련이 닥치고 저도 매일 방에서 연습하다 보니 베토벤이 꿈꾼 유토피아와 우주가 느껴지며 인식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은 윤이상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위해 작곡한 '광주여 영원히'를 광주시향이 공식적으로 녹음한 최초의 앨범이기도 하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나온 광주시향 홍석원 상임지휘자는 "작년 취임 후 광주시향이 연주한 '광주여 영원히'가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게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앨범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함께 담긴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역시 추모의 의미를 담아 연주했습니다. 임윤찬 군과 함께한 '황제' 협주곡에 담긴 베토벤의 영혼과 윤이상 정신이 잘 맞아떨어지며 조화를 이룬 앨범이지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지휘자 홍석원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오른쪽)과 지휘자 홍석원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28 

임윤찬은 지난해 12월 광주시향 송년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로 광주시향과 인연을 맺었다.

홍석원 지휘자는 "누구와 협연할지 고민하던 중 윤찬 군을 만났고 곧장 반해버렸다"며 "무조건 같이 앨범 녹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제안했고 함께하는 영광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다시 만난 윤찬 군은 작년의 힘 있는 라흐마니노프 연주와 달리 슬픔이 느껴지는 색다른 '황제'를 들려줬다. 다양한 색채를 가진 피아니스트이고 천재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임윤찬은 "작년 광주시향 단원들이 엄청난 에너지로 연주하는 걸 보고 큰 영향을 받았다"면서 "라흐마니노프가 가장 좋아했던 오케스트라로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가 있었던 것처럼 제 마음에는 광주시향이 깊숙이 자리 잡았다"고 화답했다.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28

첫 앨범을 스튜디오 녹음이나 솔로앨범이 아닌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공연실황으로 내놓은 데 대해선 "스튜디오 녹음은 자칫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음악이 수많은 가능성을 잃고 무난해지는데, 관객과 음악을 나눈 시간이 그대로 음반으로 나온 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존경하는 모든 음악가가 스튜디오 녹음보다 라이브 앨범이 훨씬 더 좋았다"고 덧붙였다.

솔로 앨범을 낸다면 담고 싶은 곡을 묻자 "너무 많아서 이 자리에서 다 말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며 "쇼스타코비치 '프렐류드'의 전곡처럼 어떤 작곡가의 뿌리가 되는 곡을 연주하고 싶고, 누구나 다 유행처럼 연주하는 곡은 피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승 후 첫 앨범 발매한 임윤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1.28 jin90@yna.co.kr

반 클라이번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콩쿠르 우승으로 인한 관심은 3개월짜리고, 그리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던 임윤찬은 이번 간담회에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이나 모차르트 소나타·협주곡 전곡 등을 연주하는 것도 피아니스트로서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더 나아가 대단한 연주자는 음악을 듣지 못하는 사정에 놓인 관객에게 찾아가 연주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몸이 불편해 연주회에 올 수 없는 분들이나 보육원, 호스피스 병동 등에 직접 찾아가 연주하는 것이 음악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스승인 손민수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물질적인 나눔도 의미가 있지만 음악 기부는 듣는 이들이 그간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주는 일이고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주자로서 대단한 업적이란 어떤 콩쿠르에 나가 운 좋게 1등을 하는 게 아니라 이런 분들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고, 앞으로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계획입니다."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 연주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베토벤, 윤이상, 바버'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2022.11.28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임윤찬은 콩쿠르 우승 이후 휴학을 하고서 연주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임윤찬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한예종 교수)가 내년 가을학기에 미국의 명문 음대인 뉴잉글랜드음악원 교수로 부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임윤찬의 해외 유학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윤찬은 평소 손 교수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왔다.

추후 유학 계획을 묻는 말에 임윤찬은 "사실 제가 당장 내일이라도 죽거나 다쳐서 피아노를 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섣불리 계획을 얘기했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내달에는 잇따라 반 클라이번 우승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먼저 12월 3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일본 데뷔 리사이틀을 가진 뒤 6일과 8일 각각 통영국제음악당과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에서,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팬들을 만난다.

국내 리사이틀에서는 바흐의 '신포니아'와 리스트 '두 개의 전설', '순례의 해' 중 '이탈리아', 올랜도 기번스·솔즈베리 경의 '파반&가야르드'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임윤찬은 "사실 리사이틀에서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을 들려달라고 제안받았지만 콩쿠르 당시 너무 힘들게 했던 곡들이라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웃었다.

"이번에 연주하는 바흐 '신포니아'는 베토벤과 리스트를 만들어낸 곡이라고 생각해요. 시적인 표현과 리스트가 보여준 엄청난 비르투오소(고도의 기교)가 담긴 아름다운 곡이고, 평소 잘 연주되지 않는 보석 같은 곡이라 고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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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군이 지난 6월 우승 이후 첫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임윤찬 군은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음악을 들려주고 나누는 것이 콩쿠르 우승보다, 더 '대단한 업적'이라는 소신을 밝혔습니다.

신웅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 페데리코 몸포우의 작품으로

반 클라이번 우승 후 처음으로 내는 이번 음반의 수록곡 중 하나입니다.

지난 10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광주시향과 함께한 실황을 앨범으로 냈는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등을 담았습니다.

 

[임윤찬 / 피아니스트 : (광주시향과) 첫 리허설을 하는데 저는 살면서 그렇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엄청난 스피릿으로 연주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콩쿠르 우승은 '대단한 업적'이 아니라는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질문이 이어지자 음악인으로서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연주 같은 것은 피아니스트로서 꼭 해야 할 일이고

또 음악을 듣기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업적이라며 자신도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임윤찬 / 피아니스트 : 보육원을 간다든가 (제가 직접. 그분들을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가서 연주하고.) 혹은 호스피스 병동을 제가 직접 간다거나 아무런 조건없이 가서 연주하고]

 

반 클라이번 이후 첫 리사이틀에서는 기존의 콩쿠르 곡이 아닌 바흐와 리스트의 작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악적 방향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18살 임윤찬 군은 다음 달 도쿄를 시작으로 런던과 로마 등 본격적인 해외 활동에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만족한 공연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윤찬 / 피아니스트 : 사석에서 연주를 하든 부모님 앞에서 하든 저는 단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YTN 신웅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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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솔로가 아닌, 훌륭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첫 앨범을 내게 돼서 혼자 녹음을 했다면 하지 못했을 음악적 부분들을 더 채운 느낌이에요. 하지만 저에게 솔로 녹음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작곡가의 뿌리가 되는 곡들 그리고 누구나 하지 않는 레퍼토리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쇼스타코비치의 ‘프렐류드’나 내년은 라흐마니노프의 해(탄생 150주년)이니 ‘에튀드’ 전곡을 녹음하든가 하고 싶어요.”

28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도이치 그라모폰과의 첫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Beethoven, Isang Yun, Barber) 발매와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기념 피아노 리사이틀(12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앞두고 금호아트센터 연세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음악가의 뿌리’ 그리고 ‘희소성’을 강조한 임윤찬의 앨범 ‘베토벤, 윤이상, 바버’에는 ‘황제’로 알려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피아노 협주곡 5번’(Piano Concerto No.5 in E flat major Op.73, 이하 황제)과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새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Adagio for Strings, Op.11)가 홍석원 지휘자가 이끄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이하 광주시향)과 함께 협연한 실황으로 수록됐다.

스튜디오 녹음이 아닌 실황 음반을 발매하는 데 대해 홍석원 지휘자는 “연주는 관객과 소통하는, 좋은 관객들과 같이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튜디오에서의 녹음 보다는 현장 분위기까지 담길 수 있는, 약간의 실수가 있더라도 그것까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실황 녹음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임윤찬 역시 동의를 표하며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많은 스튜디오 레코딩과 라이브 앨범을 들어오면서 제가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뿐 아니라 존경하는 분들의 특징은 스튜디오 녹음보다 라이브 앨범이 훨씬 더 좋고 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스튜디오 녹음은 자칫 너무 완벽하게 흐르면서 오히려 음악이 수많은 가능성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어떨 때는 누가 치는지 모를 정도로 무난한 연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홍석원 지휘자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관객과 음악을 같이 나누는 시간이 그대로 음반으로 나온다는 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황제’에 대해 임윤찬은 “이상하게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중 ‘황제’에는 애정이 생기질 않았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황제’들을 듣다 보니 그때의 제 부족한 귀에는 너무 화려하게 들리고 협주곡 4번 만큼의 감동이 느껴지질 않는다고 지난해까지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최근 인류에 큰 시련이 닥치면서 저도 매일 방안에서 연습하고 나가지도 못하다 보니 ‘황제’를 다시 들었을 때 그저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사실은 베토벤 스스로가 꿈꾸는 유토피아 혹은 그가 바라본 우주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올해 이 곡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황제’를 특히 올해, 광주시향과 내고 싶었습니다.”


◇베토벤 ‘황제’, 윤이상의 ‘광주여 영원히’,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그리고 솔로곡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뿐 아니라 3번을 연주할 때는 (사후 발견된 생전 편지인)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가 떠오를까를 오래 고민했어요. 글에 굉장한 힘이 있고 죽으려고 하는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베토벤 자신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오해를 했다는 글이 있는데 항상 베토벤 3번 2악장, 5번의 2악장을 연주할 때 그 유서에 쓰였던 말들이 생각나요.”

광주시향에 대해 임윤찬은 “라흐마니노프가 가장 좋아했던 오케스트라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로 알고 있다. 항상 제 마음에는 광주시향이 라흐마니노프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처럼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광주시향과 (송년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하기 전 광주는 예향의 도시라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광주시향의 음악이 궁금했고 저도 모르게 굉장히 특별한 만남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죠. 첫 리허설부터 살면서 그렇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엄청난 스피릿으로 연주하는 걸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성원) 지휘자 선생님과 단원분들의 에너지가 저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2019년부터 상임지휘자로 광주시향을 이끌고 있는 홍성원은 “윤이상 선생님의 ‘광주여 영원히’를 정식 음반으로 내야겠다는 것이 시작이었다. 녹음을 준비하면서 협연자와 함께 할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송년음악회를 위해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3일 정도 연습을 하고는 무조건 같이 해야겠다 결심할 정도로 반해 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그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계속 같이 연주하고 싶은 협연자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함께 할 때는 10대 청년의 질풍노도와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어요. 그래서 ‘황제’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확 바꿔와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2악장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애절하게 느껴졌죠. 그간 2악장은 아름답고 희망에 찬 걸로 생각하고 연주했는데 (임윤찬의) 솔로를 듣는데 너무 슬펐어요.”

그리곤 “항상 변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인데 모두 설득력이 있으니 제 입장에서는 천재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고 밝힌 홍석원 지휘자는 “더불어 ‘황제’에 담긴 베토벤 정신과 윤이상 선생님의 ‘광주여 영원히’ 스피릿이 잘 맞아서 프로그램 조합도 잘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번 앨범에는 광주시향과의 협연 뿐 아니라 임윤찬의 앙코르 곡들인 페데리코 몸포우(Frederic Mompou) ‘정원의 소녀들’(Jeunes filles au jardin), 알렉산드르 스트랴빈(Alexander Scriabin) ‘2개의 시곡’ 중 1번(Deux Poemes, Op.71 No.1), ‘음악수첩’(Feuillet d’album op.45/1)이 솔로 연주로 실린다.

“몸포우는 사실 음악을 잘 모르시는 분들, 심지어 어린 음악가들은 모를 수도 있는 작곡가라고 생각했어요. 몸포우를 처음 들은 건 제가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아르카디 볼로도스 음반에 너무 깊게 빠져들면서 연주하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스크랴빈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사이에 있는 자잘자잘한 곡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사이틀 프로그램 키워드 역시 ‘음악가의 뿌리’ ‘희소성’ 

 

“사실 처음 리사이틀을 제안 받았을 때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들을 부탁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그 곡들을 너무 좋아하지만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내달 10일로 예정된 그의 리사이틀 프로그램 역시 ‘희소성’과 ‘음악가의 뿌리’가 느껴지는 곡들로 꾸렸다. 1부에서는 올랜도 기번스(Orlando Gibbons) ‘솔즈베리 경-파반&가야르드’(Lord Salisbury - Pavan and Galliard),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 BWV 787-801’(15 Three-Part Inventions, “Sinfonias”, for Keyboard, BWV 787-801)를 연주한다.

“올랜도 기번스의 곡은 많이 연주되지 않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르네상스 작곡가 중 한명이에요. 그의 선배 작곡가인 윌리엄 버드(William Byrd) 음악을 할까 고민했는데 올랜도 기번스의 곡은 글렌 굴드가 가장 좋아한 작곡가의 곡이기도 했습니다. 어려서 이 음악을 들으면서 ‘언제 연주할까’ 했는데 좀 의미 있는 연주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첫곡으로 연주하게 됐습니다.”

이어 바흐의 ‘신포니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사는 어린 피아니스트들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곡”이라며 “사실 이 곡이 베토벤이나 리스트를 만들어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흐의 ‘신포니아’에는 정말 시적인 표현들, 훗날 리스트가 보여준 엄청난 비르투오소 같은 프레임도 나와요. 멜로디만 보면 리스트가 소품을 작곡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죠. 정말 아름다운데 잘 연주되지 않는 보석같은 곡을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바흐의 ‘신포니아’는 1번부터 15번까지 순서대로가 아니라 1, 2, 5, 14, 11, 10, 15, 7, 6, 12, 13, 3, 4, 8, 9로 연주된다. 이에 대해 임윤찬은 “캐나다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글렌 굴드가 이미 바흐 ‘신포니아’의 본질을 꿰뚫고 순서를 배치한 아이디어를 이번에 제가 연주한다”고 밝혔다.

 

“이 곡은 글렌 굴드가 정말 많이 연주했는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금의 순서로 연주한 게 있어요. 이 연주는 바흐의 ‘신포니아’가 아니라 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가는 인생의 어떤 이야기 같아요. 마치 리스트의 B단조 소나타 첫음과 마지막 음을 듣는 듯한 기분이죠. 제가 글렌 굴드의 연주를 듣고 받은 영감을 한국 관객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2부에는 임윤찬의 표현처럼 “제 음악인생과 평생 함께 했던”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두 개의 전설, S.175’(Deux Legendes, S.175)과 ‘순례의 해’(Annees de pelerinage) 중 두 번째 해 ‘이탈리아’(Deuxieme Annee “Italie”, S.161, No.7),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환상곡’(Apres une lecture du Dante: Fantasia quasi Sonata)을 연주한다.

“판타지라고 하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현실에서는 할 수 없거나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들, 상상으로만 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들을 표현하는 데 리스트만한 작곡가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작곡가이기도 하죠.”


◇임윤찬의 대단한 업적 “음악나누기”

“제가 생각하는 음악가로서 대단한 업적, 근본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는 예전부터 후원을 관객의 티켓값을 받아서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만약 신이 있어서 저에게 악기를 연주할 기회가 주어진 거라면 음악을 못듣는 사람을 제 연주에 부르는 게 아니라 제가 그분들에게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직후 “대단한 업적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던 임윤찬은 “제가 원하는 대단한 업적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모차르트 협주곡 27개 녹음 등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단한 업적이라기 보다는 피아니스트로서 꼭 해야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보육원이나 호스피스 병동 등에 아무런 조건 없이 제가 직접 가서 연주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대단한 업적입니다. 그것이 음악가가 해야하는 일임이 손민수 선생님 밑에서 배운 것 중 하나이기도 하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연주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도 곧 그런 것들을 할 겁니다.”

그리곤 “돈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으로 나누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오래 고민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음악으로 기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은 그분들이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저는 과학이나 수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떤 위대한 수학자나 과학자가 강의를 하러 온다면 그게 저에게 또 다른 영감의 원천이나 경험이 될 수 있어요. 사회에 나와서 절대 음악회를 볼 수 없는 분들,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신 분들에게 제가 꼭 가야하는 이유기도 하죠. 죽기 전에 경험하지 못할 것을 아직은 부족하고 미숙한 사람이지만 제가 직접 가서 연주하면서 줄 수 있다는 건 돈 그 이상의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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